인류의 역사를 주전(BC, Before Christ)과 주후(AD, Anno Domini)로 나누듯, 개인의 역사도 주님을 믿기 전과 믿은 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 사도 바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기에 이제는 자신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자기 안에 산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은 새로운 삶의 출발점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그리스도와 함께 못 박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같은 편지에서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5:24).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갈6:14). 바울은 이전에 가졌던 야망과 욕심을 다 버리고, 오직 십자가의 복음만을 자랑하며 살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실제로 이런 인생을 살았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이 상당합니다. 교회가 십자가의 복음을 붙잡지 않고, 세상에서의 성공과 세력 확장에 목을 매달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교회가 이 사회의 혐오와 분열의 최전방에 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교회가 집단적 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합니다. 이런 비판은 교회 스스로가 자초한 면도 있습니다. 교회가 정욕과 탐욕에 찌든 모습을 보였기에 세상에 감동을 주지 못했습니다. 사회의 죄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우리 자신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죄의 유혹에 단호히 맞서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라고 외쳐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자들입니다. 바울은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이는 자신이 살아있는 한 십자가의 복음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의 삶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입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믿음을 포기하고 싶을 때, 죄의 유혹으로 예수 믿기 전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 교회에 대해 실망하고 차라리 ‘가나안’ 성도가 될까 고민할 때, 우리의 입술에서 바울의 고백이 나오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우리의 정욕과 탐심도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대하여 못 박혔습니다.”
2026년 1월에 여러분의 목사 정태엽